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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말하다

탐정추리극에 추리는 생략된.. 2%부족하지만 그래도 유쾌한 '그림자 살인'

by Rano 2009.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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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살인이 드디어 개봉하였다.
그림자 살인을 볼 때 내가 가장 주목했던 점은 그림자 살인이 내세웠던 '탐정추리극' 이라는 장르였다. 국내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탐정추리극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더 반가웠던 점도 있고 나 스스로가 탐정추리극의 장르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언어가 이해가 쉬운 영화라면 추리자체도 더 빠르지 않겠는가.

그림자 살인
장르 : 스릴러
개봉 : 한국 (러닝타임 : 111 분)
개봉일 : 2009.04.02 
감독 : 박대민
출연 : 황정민(명탐정, 홍진호), 류덕환(의학도, 광수), 엄지원(여류발명가, 순덕), 오달수(종로서 순사부장, 오영달) 등
등급 : 15세 관람가
공식사이트 : http://www.detective2009.co.kr/


하지만 그림자 살인은 자신들이 가장 크게 어필하고자 하였던 '탐정추리극' 이라는 것이 오히려 발목을 잡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래부터는 내용과 관련한 스포가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하시길 바라며..)

주인공 홍진호(황정민)와 광수(류덕환)가 의문의 사체를 발견하고 원 살인자를 찾기위해 나섰을 때 가장 먼저 발견하였던 사람은 삿갓을 쓴 덮수룩한 머리, 허름한 차림의 몸이 날렵한 사내였다. 홍진호(황정민 분)의 추리처럼 그는 그가 시체를 버린 곳에 다시 찾아와 그 장소에 있었던 진호와 광수의 뒤를 밟았으며 그를 발견한 진호가 그의 정체를 밝히고자 하였을 때 서커스와 가까운 묘기로 자신의 몸을 숨기며 자리에서 달아났다. 자, 첫번째 단서가 나왔다. 서커스와 가까운 묘기, 허름한 차림의 덥수룩한 머리의 사내, 시체를 버린 자리부터 뒤를 밟던 자.

극은 중반부로 치닫을수록 '화려한 옷', '양날의 예리한 단검' 등 새로운 단서를 제시하였지만 그것은 여러 용의자들 중에 수사망을 좁혀가는 방식이 아닌 처음 추리하였던 그 용의자를 더욱더 확신을 갖게하는 방식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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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탐정추리극'의 묘미는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탐정추리극의 묘미는 범인을 찾기위해 벌어지는 에피소드 그 자체도 있겠지만, 범인을 맞추기 위해 벌이는 관객과 감독간의 교묘한 심리전이 아닐까 싶다. 추리하기 바쁜 관객의 심리를 역 이용하는 감독의 머리싸움 이랄까. 그림자 살인에서는 후자보다는 전자에 치우친 영화라는 점이 개인적으로는 매우 아쉬울 따름이다. 탐정추리극에서 추리를 위해 영화를 보는 나로써는..

반전이라고 한다면 글쎄, 범인이 쌍둥이었다는 점 정도? 이것도 과연 반전이라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영화를 보다보면 용의자 선상에 오른 사람이 중간중간 보여주는 행동에 있어서 이중인격자 또는 쌍둥이겠거니 하는 점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점이다. 반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힌트를 주지 않았는가. 물론 영화에 반전이 반드시 있어야한다는 것은 아니다. 반전 없이도 극은 절정으로 향할 수 있고 관객을 사로 잡을 수 있는 요소는 다양하니 말이다.

내가 아쉬운 점은 감독은 관객에게 '추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아직 탐정추리극이라는 장르 자체에 약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림자살인은 탐정추리극을 사랑하는 관중들에게는 매우 반가운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그림자 살인은 '추리'가 약하다는 것만 제외하고는 재미있는 영화로 추천하고 싶은 영화이다. 무거울 줄만 알았던 영화에 살인이라는 소재 외에 순간순간 웃음을 터트리는 장면 뿐 아니라 황정민의 능글맞은 연기에 관객은 충분히 재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머리쓰는 추리를 기대한 사람에게는 비추.
무거운 듯 가벼운 스릴러 영화 한편을 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