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방송을 말하다

내 학창시절 전부였던 추억을 되살려준 '놀러와'에게 감사를...

by Rano 2008. 8. 26.

회사에서 돌아와 버릇처럼 컴퓨터를 켜고 회사에서 마무리 짓지 못한 일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중 문득 오늘 원조 인기 아이돌 그룹들의 대표 1인씩이 놀러와에 출연한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중.고등학교 시절때 공부는 뒷전이고 마냥 연예인이 좋아 하루하루가 즐거웠던 나였던지라 시계를 확인하고 바로 TV를 켰고, 마침 늦지 않게 놀러와의 초반부 부터 시청할 수가 있었다.

H.O.T, 젝스키스, SES, 핑클, 신화, GOD.
이들 여섯 그룹이 활동하였던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는 정말 가요계의 호황 중 호황이었다. TV만 켜면 이들이 나왔고 3사의 대표 음악 프로부터 '충전 100%'와 같은 재미 위주의 음악 프로에 '쇼 뮤직탱크' 등 케이블 음악프로까지 다양한 음악프로에 왠만한 버라이어티에는 이들을 빼놓고는 진행될수 없다 할 정도로 방송계에 어마어마한 포지셔닝을 차지하고 있었다.
김원희가 이야기 하였듯 정말 TV볼 맛이 나던 시대였다고나 할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는 오늘 출연한 여섯그룹 중 젝스키스의 팬이었다. 특히 은지원이 박치라 칭했던 강성훈의 팬.
그들이 마냥 좋았고, 내 인생의 전부 같았고, 모든 것을 다 바치고 싶었다고나 할까.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맹목적인 팬 생활이 아니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학교보다 공부보다 그 무엇보다 나에겐 1순위였던 젝스키스. 하지만 잊고 있었다. 그들과 함께여서 더더욱 즐거웠던 학창시절을. 그들의 노래만 나와도 기뻤고, 그들이 TV에 나오면 내가 제일 행복한 것 같았고, 그들을 실제로 볼 때마다 더이상 소원이 없을 것 같았던 그 때 그 기억이. 작은 것 하나에 열광하고 작은 것 하나에 기뻐하고 하루하루가 좋았던 그 때 그 나날들을.

내가 그 기억을 잊고 지낼 만큼 삭막하게 살았던가...

그때가 떠오르면서 함께 떠들던 잊고 지내던 친구들도 생각나고, 공연장 가겠다고 떼쓰던 나를 혼내던 고등학교 학생주임 선생님도 기억나고, 콘서트 앞자리 표를 끊겠다고 눈 내리던 날 은행앞에서 벌벌 떨며 줄서있던 나를 쫓아와 옷 한벌 더 챙겨주던 엄마도 생각나고... 자연스럽게 언제부터인가 혼자 살기 바빠 잊고 지냈던 그때 그 사람들이 다 같이 기억나고야 말았다. 내 학창시절 기억과 함께 기억 한켠에 묻어두고 있던 사람들이.

힘들때마다 꺼내보던 소중한 추억이 어느덧 힘들때에도 기억나지 않는 추억으로 변질되려 하고 있을 때 오늘의 놀러와는 그 기억들을 다시 되새겨준 좋은 시간이었다라고 하고 싶다.

그 누구에게는 시청률, 재미, 내용... 으로 비판하고 싶은 프로였을지 몰라도, 내게는 그 무엇을 떠나서 잊고 지내던 즐거웠던 내 학창시절 그때 그 추억을 다시 되살려주었다는 것만으로도 '놀러와' 프로그램의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은... 최고의 프로였다.


[ 젝스키스 고별 무대 중 '기억해줄래' ]


기억해 줄 수 있니 우리 서로 사랑한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