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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말하다

크로싱, '그래서.. 탈북자는 행복하지 못했습니다'

by Rano 2008.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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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크로싱, 엔딩 스크롤이 올라갈 때 쯔음으로 상영관 밖으로 발을 떼는 내 머릿속을 스쳐갔던 결론은 단 하나였다.
'그래서 탈북자는 행복하지 못했습니다.'

크로싱(2008)
장르 : 드라마
제작 : 한국
러닝타임 : 112 분
개봉 : 2008.06.26  
감독 : 김태균 
출연 : 차인표(김용수), 신명철(김준)
등급 : 국내 12세 관람가  
공식홈페이지 :
http://www.crossing2008.co.kr/

크로싱은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다시 한번 민족의 뼈아픈 분단의 현실을 일깨워주는 영화이다.

단순히 '전쟁'이라는 소재가 아닌 군인과도 전쟁과도 거리가 먼 북한의 평범한 가족을 소재로 한 이영화는 영화스럽기보다 잔잔한 다큐멘터리와 같은 구성을 가지고 있다. 극적인 반전의 결말보다는 조금 더 현실적인 결말을 택했고 가슴을 울리는 아픔과 슬픔보다는 담담하기까지한 실제 상황같은 구성을 택했다.

극중 용수는 단순히 일만 해서는 결핵에 걸린 아내를 위한 약을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어린 준이를 배불리 먹일 수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는 '가족을 위해서라면' 이라는 생각하나로 무모할지도 모르는 길을 걷게 된다. 이 길을 걸으며 압록강을 맨몸으로 건너고, 중국에서도 탈북자를 쫓는 경찰을 피해 뛰어다니고, 돈을 더 준다는 이유로 엉겹결에 남한까지 오게되는.. 겪게되는 모든 일들이 참으로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으로 다가오게 되는 것은 그만큼의 내가 2008년 한국의 현실에 살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만큼 나도 지금의 북한에 대해 모르고 있기 때문일까.
영화를 보는 내내 안타까웠던 점은 어렸을적부터 북한을 소재로 한 다큐나 영화, 방송을 접할 기회가 많았던 나 조차도 극중에서 나오는 사투리를 잘 알아듣지 못하여 흐름을 놓쳤던 부분이 있었는데, 주변에 나보다 어린 학생들은 보는 내내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여 마치 자막없는 외국영화를 보는 듯한 반응을 종종 보였다는 점이다. 이 것은 분단의 아픔이 시대를 흐를 수록 분단이 아닌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을 쉽게 보여주고 있는 현실인 것이다. 언어 소통이라는 하나로 가장 묶이기 쉬운 매개체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고... 과거와 같은 이산가족 상봉이나 탈북자에 대한 뉴스들이 점차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도 어찌보면 대중의 시선에게 멀어진 안타까운 현실이기도 하다.

크로싱이 조금더 극적인 요소를 택했다면 불론 이처럼 현실적인 분단의 아픔을 잘 표현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너무 현실적으로 비춰지려다 그것이 잔잔하다 못해 담담하기 까지한 느낌으로 다가와 아쉬운 영화였다. 흥행에는 실패하였지만 우리로 하여금 잊지 말아야 할 분단의 아픔에 대해, 북한의 안타까운 사정에 대해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던 교훈같은 영화라 평하고 싶다.

잔잔하면서도 부성애 가득한 가족적인 영화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강추
극적인 반전과 스피드한 흐름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비추



[ 영화 <크로싱> Cry with us 뮤직비디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