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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조류독감 파동은 결국 어머님의 가게를 문닫게 하였다.

by Rano 2008. 5. 31.


우리 나라는 지금 미국 소고기 수입 논란으로 많은 혼란 속에 빠져있다. 말도안되는 수입 조건에 수 많은 촛불들이 모여서 한 목소리가 되고 그 현장에 없더라도 넷상에서 또다시 하나의 목소리를 이루고, 이에 정면으로 부딪힌 민심과 정부. 지금이 80년대인지 2000년대 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억압된 언론의 자유와 문화.

소고기와 같이 먹거리 논란이 되고 있는 하나가 바로 조류독감이다.
미국 소고기 수입에 대한 이슈는 선택권이 있는 문제였기 때문에 찬반 양론을 펼치며 맞설 수 있지만, 조류 독감은 어떠한가? 이것은 선택권이 전혀 없는 손조차 될 수 없이 퍼져버린 지독한 독과 같았다. 손꼽을 수 없을 정도의 많은 닭과 오리가 처분되었고 이에 많은 농가들은 실의에 빠졌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피해농가들을 대상으로 보상 정책을 강구하고 있는 중이라 한다.
 
무언가 빠진 것이 있다 생각하지 않는가? 바로 닭과 오리를 주 재료로 삼는 음식점의 피해에 대한 부분이다. 피해 농가의 피해 수치는 처분된 닭과 오리의 마리수로 계산한다고 하면 음식점의 피해는 어떠한 것으로 피해 수치를 계산할 것인가? "가게가 원래 맛없어서 장사 안되는 것 아닌가?" 하는 질문에 어떠한 잣대에 맞춰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반발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맛에 대한 평가는 어디까지나 주관적 관점이 크기에...) 그렇다면 이에대한 보상은 그 누구도 정확히 해줄 수 없단 말인가?


회사에서 근무중에 전화 한통을 받았다.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전화내용은 짧고 간단했다. "가게를 내놓았는데 빨리 팔리게 되서 이사를 갈 것 같다" 라는...

필자의 어머님은 2001년부터 지금까지 약 7년동안 공덕역 근처에서 오리요리전문점을 운영하셨고, 그 전에는 치킨집을 운영하셨다. 직접 식당을 꾸리게된 시작을 닭과 함께 그리고 그 두번째를 오리와 함께 하였던 터라 조류독감 파동은 항상 우리집에 가장 독과 같은 존재였다. 그 길지도 짧지도 않은 약 10년간의 음식점 운영중에 조류독감의 파동이 어마어마한 강도로 3번정도 몰아쳤었고 그 중 핵폭풍은 바로 올해인 2008년이었다. 더이상 어머님은 버틸 자신이 없다 하셨고, 7년간 지켜왔던 오리요리전문점은 이제 6월 15일이면 그 자리를 타인에게 또 다른 역할로 넘겨주게 되었다.

굉장히 덤덤하게 말씀하시던 수화기 너머의 어머님 목소리는 그 누구보다도 많이 지쳐있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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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훈제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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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불고기


언론에서 '조류독감 발생'에 대한 보도시 괜한 공포감 조성을 하지 않고 실제 먹거리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음을 정확하게 인지시켰더라면 이정도까지 오지는 않았을텐데 하는 괜한 서러움만 남는다.

비록 필자의 어머님은 조류독감이라는 엄청난 독 앞에 7년간의 성과를 무너트릴 수 밖에 없었지만 다른 닭과 오리요리전문점을 경영하는 분들이 얻는 고통을 위해 몇 마디를 적고자 한다.

조류독감이 걸린 닭과 오리는 털이 뽑이지 않아 식재료로 유통될 수 없으며,
5분이상 고온에서 익혀 먹을 경우 관련 바이러스가 전부 사멸 된다고 한다.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돌아가는 길 목이 마르다면 치킨과 맥주를,
몸이 허해진 것 같다면 오리보신탕닭백숙을, 속이 출출하다면 오리구이닭꼬치를,
매콤한 것이 땡긴다면 닭발불닭으로 배를 채워보는 것은 어떨까?



미국 소고기 수입이 시작되었을 때에 전국의 많은 닭과 오리고기 요리점의 피해처럼 소고기 요리점들이 한우나 호주청정우 만을 재료로 씀에도 손님이 감소하는... 그런 억울한 피해를 입지는 않을까 심히 우려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