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가는 이야기

스마트폰 스트레스? 플러스로 디지털 치매까지 온 것 같습니다.

by Rano 2010. 3. 15.
드디어 아이폰을 지르다.
지난주 화요일, 3월 9일 비가 많이 오던 날 강남 대로를 걷다가 교보문고 옆의 SHOW 매장을 무심코 바라보다 문득 머리속에 어제 조회해본 위약금(기존 단말기 '햅틱'의 약정 기간이 약 5개월가량 남아있었습니다)이 2만 3천원가량 밖에 안된다는 사실이 스쳐지나갔습니다. 물론 단말기 할부금도 남아있었지만 단말기를 안쓸거 같으면 자신한테 팔아달라고 했던 천사같은 형부의 말도 함께 떠올랐던 것이었죠. 가만히 쳐다보다 들어간 매장에서 뻘쭘한 그 감각을 이겨내지 못하고 '구경만 할까..' 하던 생각이 바로 계약으로 바뀌던 순간이었습니다. 항상 함께 음주를 즐기던 멤버 중 3명이나 되던 아이폰 유저들의 숱한 유혹과 써보면 마음이 흔들릴 것이라던 말에 절대 쳐다보지도 않던 그것들이 모두 무너진 것이었죠.

스마트폰 어플 기획에 몸담게 된 것이 계기였을지도.
사실 필자는 지난 2월 말부터 얼떨결(?)에 아이폰을 비롯한 스마트폰의 어플리케이션을 기획-개발하는 회사에 몸담게 되어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이하 어플) 기획'이라는 최첨단(?)의 일을 맡게 되어버렸습니다. 다행이도 사용하던 핸드폰과 mp3가 각각 '햅픽1-블루'와 '코원 S9'이었기에 터치의 사용에는 익숙하였지만 '어플'이라는 것에 대해 당최 개념이 서질 않으니 그야말로 눈뜬 스마트폰 장님이었습니다. 업무의 이해도와 속도를 올리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기에 더 아이폰에 지름신이 내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바일 세상은 참 빨리도 참 멀리도 와있었더군요.
2006년 말,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3년하고도 몇개월 전에는 저도 모바일 기획을 잠시 했었습니다. 그때만해도 지금하고는 다른 2G의 환경이 주를 이뤘었고 '어플리케이션'이 아닌 'VM'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서비스들이 있었었죠. 저 또한 VM을 개발하는 한 회사의 기획자이자 마케터였습니다. 그 당시의 모바일 솔루션은 '실시간 모바일 카메라(CCTV)'라 칭할 수 있는 웹으로 치자면 아프리카의 개인방송과 같은 솔루션이었는데요, 카메라 옆에 저희 회사의 손바닥 두개만한 기계와 인터넷 선을 연결하면 실시간으로 해당 카메라에서 촬영되는 화면을 VM에서 확인할 수 있는 솔루션이었습니다. 그 당시 해당 솔루션을 기반으로 여러 서비스들을 기획하며 다양한 모바일 VM을 접하고 June(SKT의 동영상 서비스)과 Fimm(KT의 동영상 서비스)를 늘 서핑하는 것이 제 일이었었습니다. 그 때 참으로 다양한 상상을 많이 했었었는데 지금은 그 모든 상상이 스마트폰을 통해 구현되고 있지 뭡니까. 증강현실이라니...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모바일에서 인터넷이 되다니!! 신세계군요..

늘어나는 디지털기계, 어디에 무엇이 최적화된 디지털 기계일까요.
문득 집에와서 아이폰을 경험하며 주위를 둘러봤는데 제 주위로 아이폰을 비롯하여 컴퓨터(데스크탑)와 넷북, 디지털 카메라, 전자사전, MP3가 나란히 놓여있더군요. 기기 수집가도 아니고 뭐가 이리도 많아졌단 말입니까. (물론 얼리어답터 분들에 비하면 기본 중의 아주 기본이겠지만) 외출할 때는 무엇 무엇을 들고 나가야 하는지 문득 머릿속이 복잡해져버렸습니다. 
 
각종 사이트와 메신저, SNS서비스. 아이디는 모두 기억하고 계십니까?
인터넷을 켜 서핑을 하려고 하니 문득 내 SNS 공간들은 모두 잘 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순간 머리속에는 수 많은 사이트들이 스쳐지나갑니다. 싸이월드부터? 티스토리 블로그? 다음 블로그? 네이버 블로그? 트위터?... 우선은 메신저부터 켭니다. 메신저도 MSN과 네이트온. 두개이군요. 문득 친구가 스카이프를 깔라고 외치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이 친구는 S모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인데 자신의 회사에서는 스카이프만 접속이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메신저 3개까지 켜는 것은 두려워 가볍게 무시해 버렸습니다. 예전에 한창 썼었던 버디버디와 세이클럽, 엔티카가 생각나네요. 이 녀석들은 무사히 잘 있는 것일까요?
그 다음에는 요즘 한창 즐기고 있는 트위터입니다. 아. 여전히 부지런히 활동중이신 몇분들이 보이시네요. 저도 한창 빠져있지만 집에오면 유난히도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이 귀찮아서 그냥 바라만 봤습니다. 티스토리 블로그는 댓글을 '티스토리 회원에게만 허용'으로 바꿔놓은 후에는 특별한 관리를 하지 않아도 스펨도 없고 무난히 잘 버티고 있어서 시간 날 때만 확인을 하고 있습니다. 버려두었던 이글루스 블로그도 생각나네요. 6월에 캐나다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난다는 동생에게 트위터에서 만나자고 했더니 페이스북이 더 좋다고 하네요. 아.. 페이스북 아이디가 뭐였더라.......

로그인시 가장 반가운 사이트는 이메일을 아이디로 쓰는 사이트입니다.
매일 '로그인 찾기'를 누르고 '비밀번호 찾기'를 누르는 것도 이젠 지겹습니다. '로그인 찾기'라도 안누르게 해주는 이메일을 아이디로 쓰는 사이트들이 가장 사랑스럽습니다. 비밀번호야 늘 쓰던 여러개를 돌려서 써보면 언젠가는 답이 나오겠죠. 하지만 아이디는 만든 시기에 따라서 참 제멋대로 만들어 놨더군요. 이걸 다 탈퇴하고 아이디를 통일해야 하나...

'스마트폰 스트레스'가 유행이라고 합니다. 전 여기에 디지털 치매까지 온 것 같아요.
스마트폰이 급속도로 유행을 타고 시장을 넓히면서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과 어르신들께서 사용법과 활용법을 쉽게 익히지 못해 그것에서부터 오는 스트레스를 '스마트폰 스트레스'라고 하며 최근 굉장한 유행이라고 합니다. 저 또한 문자를 보내려다가 전화가 걸리고 문자에서는 오타 투성이에다가 이메일 설정을 어디서 바꿔야 하는지 몰라 쩔쩔매며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아봤습니다. '내가 이렇게 유행에 뒤쳐지고 둔했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죠. 더군다나 여기에다가 자주 가지 않는 사이트를 접속할 때면 늘 아이디와 비밀번호 때문에 머리가 아픕니다. 물론 간단하게 주민등록번호로 검색해보면 되겠지만 늘 생각 날듯 말듯 하기에 더 제 기억력을 의심케 하는 것이죠. 꼭 디지털 치매인것 같다는 느낌으로 말입니다.

디지털 세상에 살기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누군가는 핸드폰의 노예가 되기 싫다고 아직도 핸드폰을 보유하고 있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떨때에는 부러워보이지만 어떨때에는 답답해서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이만큼 핸드폰에 대한 의존도가 대단한 걸까요. 디지털 세상, 살기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실시간으로 전화확인해, 문자확인해, SNS확인해, 메신저확인해, 메일확인해.... 아, 그러고보니 메일도 네이버, 다음, 네이트, 핫메일에 지메일까지.. 아주 갖가지군요. 디지털 세상에서 위너로 살아가기에는 '부지런'이 필수 조건인가 봅니다.

그래도 아이폰을 다시 뒤적이고 있는 것은 투철한 직업 정신인 걸까요.
습관적으로 아이폰을 뒤적이다보면 가끔 '내가 뭘 하고 있나..' 싶을때가 있습니다. 이젠 어느새 '습관'이 되어버리고 있다는 증거겠지요. 아니면 스마트폰 기획을 위한 투철한 직업 정신이라 포장을 할까요.

과학의 발전으로 인간은 문명의 혜택을 누리고 편안한 삶을 살게 되었다고 하지만...
이렇게 저처럼 발전하는 과학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허덕이고 계신분 없으신가요? 분명 편안한 삶을 살게 된 것 같으면서도 굉장히 복잡한 삶을 살게 된 듯한 이 느낌은 발전된 만큼이나 사회의 알고리즘이 복잡해졌기 때문인 걸까요.. 제가 과연 편안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내일 또다시 스마트폰의 기획안과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을 것입니다.
나름 모바일 기획도 해봤고 웹 서비스 기획도 해봤기에 그래도 디지털 적응력이 중간은 가지 않나 생각했었는데 요즘들어 그 수치를 조금 더 낮춰야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내일 아침이면 최첨단을 달리는 스마트폰 유저를 위한 서비스 기획안을 짜고 있겠죠. 참 모순입니다. 그리고 민폐입니다. 아.. 분발해야 겠습니다.

모두들, 최첨단의 IT세계에 살고 계시느라 수고가 많으십니다.
오늘도 최첨단의 IT세계에서 갖가지 디지털 디바이스와 소프트웨어, 서비스와 컨텐츠를 접하고 생산해 내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내일이 되고 또 그 다음날이 되고.. 하루하루 지나갈 수록 더 최첨단의 IT세계에 살고 있겠죠. 저처럼 최첨단의 물결속에 허덕이는 분도 있을테고 그 물결 위에서 유유히 서핑을 즐기시는 분도 있으실 것입니다. 물론 그 물결속에 가라앉거나 멀리서 구경한다거나 아예 떠나버린 분도 있을테고...
누군가는 핸드폰의 발달로 사람들이 서로의 전화번호를 외우지 않고 인터넷의 발달으로 정보를 찾을 줄만 알고 기억할 줄 모른다고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그에 상응하는 수많은 사이트의 아이디를 외우고 패스워드를 외우고 U.I를 습득하고, 서비스에 적응하고 있지 않습니까. 어느 것이 더 대단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내가 가입되어 있는 사이트는 과연 몇군데일까 고민을 해 봅니다. 아, 블로그만 해도 네이버, 다음, 싸이월드, 티스토리, 이글루스, 야후,파란... 7곳에 개설하여 놓았군요. 도저히 전체 가입된 사이트가 몇군데일까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당연히 그 하나하나의 아이디와 패스워드는 기억 못하고 있고 말입니다.

전 디지털치매가 맞는가 봅니다.
조금 더 쉽게, 조금 더 편리하게 이 IT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요.
능력자 분들의 조언이 간절해지는 밤입니다.


+) 찾아보니 '디지털 치매'는 신조어로 국어사전에까지 오른 말이더군요
디지털치매 digital癡呆   <신어, 2004년> 
국립국어원 '신어'자료집에 수록된 단어입니다.
<사회> 휴대 전화와 같은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기억력과 계산 능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
* 노래방 기기가 없이는 애창곡 하나 부를 수 없고, 중요한 기념일이나 회의는 피디에이(PDA)가 챙겨 줘야 할 정도로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는 현상을 보고 ‘디지털 치매 증후군’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다. ≪디지털타임스. 2003. 8. 7.≫
* 기억력이 떨어지고 손으로 글을 쓰는 게 어색해지고 계산기가 없으면 암산은커녕 간단한 계산조차 하지 못하는 현상,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증후군 이른바 디지털 치매입니다. ≪한국방송공사. 9시 뉴스. 2004. 9.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