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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뮤지컬 천국의눈물] 연출-음악-배우의 화려한 3박자, 대박을 엿보다.

by Rano 2011. 2. 2.

2011년 2월 1일로 개막한 천국의 눈물 초연에 다녀왔다. 뮤지컬이나 공연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천국의 눈물'의 경우 단순히 배우 김준수의 '모차르트!'에 이은 두번째 작품이 기대되어 선택한 공연이었다.

뮤지컬 천국의 눈물(Tears of Heaven)
제작 : Creative production, 설앤컴퍼니
연출 : Gabriel Barre(가브리엘 베리) / 음악 : Frank Wildhorn(프랭크 와일드혼) / 무대디자인 : David Gallo(데이비드 갈로)
출연진[2011/2/1 캐스팅] : 준(준형) - 김준수, 린/티아나 - 윤공주, 그레이슨 대령 - 브래드리틀 등
관람 좌석 :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2층 D열 31번

어렵게 천국의 눈물 개막일 첫 공연 티켓을 예매하여 가게 되었지만 가기전 솔직하게는 천국의 눈물이 창작극인데다가 초연이기 때문에 무언가 어색한 점이 있지 않을지, 뻔한 월남전 스토리가 펼쳐지지는 않을지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 물론 세계적인 스텝진이 참여하고 설앤컴퍼니의 작품이기에 큰 리스크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어렵게 구한 티켓인만큼 그만큼 기대와 걱정도 컸다고나 할까.
※ 해당포스팅에 뮤지컬에 대한 내용적 스포가 아주 약간 포함되어 있으나 큰 줄거리 스포는 없습니다.



스테이지 전면을 커머한 화려한 LED조명과 무빙스테이지, 리프트가 만들어 내는 절묘한 무대
뮤지컬이 시작됨과 동시에 가장 놀라웠던 것은 무대 전면에 뒤덮인 LED조명이었다. 어느 화려한 콘서트 못지 않았던 사각형 블럭으로 나뉘어져 배열된 전면 LED조명이 과연 어떠한 연출로 표현될 지 굉장히 흥미로웠었다. 관람했던 좌석이 2층이었던지라 무엇보다 무대 전체가 한눈에 들어왔었는데 어떻게 보면 굉장히 단순해 보이기도, 굉장히 화려해 보였던 무대는 기대 이상으로 장면 장면마다 극의 상황과 흐름, 배우와 앙상블의 동선에 따라 심플함과 화려함을 공존시킨 최고의 연출을 보여주었다. 블럭별 컬러와 리프트를 이용한 극적인 표현, ON/OFF된 블록들의 조화와 변화는 관객들의 몰입도를 절정으로 끌어올리기에 최고였었고 극의 흐름을 더욱 자연스럽게 연결해주는 다리가 되어주고 있었다. 이 때문에 혹 무대연출을 보기위해 관람을 한다면 1층이 아닌 2,3층이 더 적합할 듯 싶다.

빛과 막의 조화, 영상으로 표현되는 장면들로 한편의 영화를 보는 느낌이 강했던 연출
천국의 눈물에서는 타 뮤지컬에 비해 영상으로 표현되는 장면이 많은 편이다. 티아나의 성장 과정부터, 각 장면들의 배경, 전쟁장면 등이 영상으로 표현된다. 이 것에 대해서는 관객마다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는 점이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스토리를 매끈하게 이어가기 위해서는 영상이 꼭 필요했지만 어찌보면 무대장치가 좀 성의없어보이기도 한다랄까. 저 정도는 세트로 표현되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부분들이 있었기에. (물론 LED나 리프트 장치때문에 힘들었을 수도 있지만) 하지만 나는 극의 전환에 큰 역할을 하게되는 전쟁씬 같은 경우에는 어설픈 연출보다는 영상으로 표현되는 것이 현실감이 있었고, 특히 영상이 표현되던 찢어진 천과 같던 막들의 연출이 꽤나 조화로웠기에 좋은 연출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또한 준의 그림자극의 부분은 사랑이 시작됨과 어울리는 따뜻한 분위기가 감돌았기에 Good. 

역시 '프랭크 와일드혼', 그가 만들어 내는 음악은 의심할 여지 없는 최고.
'천국의 눈물' 음악을 와일드혼이 만들어 낸다고 했을 때,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음악들로 굉장한 믿음과 함께 기대감이 형성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천국의 눈물'의 주인공들이 베트남과 한국인이기 때문에 혹 음악이 배경과 이질감을 느끼게 하지는 않을까하는 쓸데없는 걱정도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가 만들어 낸 지킬 앤 하이드에 ‘지금 이순간(This Is The Moment)’이 있었다면, 천국에 눈물에는 ‘내 말이 들리나요?(Can you hear me)’가 있었다. 이미 OST로 공개가 되었고 가수 양파의 버전, 프레스콜에서의 공개가 있었지만 이 곡의 진 묘미는 극과 함께 보고 들어야 알 수가 있다. 기쁨과 슬픔의 감정을 공존하고 있던 곡. 준(김준수 분)과 린(윤공주 분)이 함께 호흡을 맞추는 넘버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준이 떠난 린을 그리며 공항 철조망을 붙잡고 부르는 넘버가 더 와닿았다. 굉장히 짧은 부분이지만 인상깊게 와닿던 넘버. 그 외에도 준과 린이 부르는 I've never loved like this, 그레이슨 대령의 Without Her 등 매력적인 곡이 극 전반을 잘 이끌어주고 있었다.

관중을 휘어잡는 카리스마, 브래드리틀. 자막을 보지 않아도 전달되던 그의 감정.
'천국의 눈물'의 기대되는 부분 중 하나는 역시나 브래드리틀의 초연 참여였다. 근 3년만인가.. 이게 얼마만에 실제로 보게되는 브로드웨이 배우인지. 사실 지금까지 봐왔던 뮤지컬 중 '오페라의 유령' 이상의 뮤지컬을 본 적이 없었던지라 '오페라의 유령' 최다 팬텀역을 자랑하는 브래드리틀이 참여한다 했을 때에는 그의 무대를 실제로는 단 한번도 보지 못했지만 알 수 없는 믿음이 생기기도 하였었다. 최고의 뮤지컬을 겪었던 그 였기에 최고이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랄까. 그의 무대는 '역시나'였다. 그는 그레이슨대령의 사랑, 슬픔, 분노, 질투의 감정을 자유 자제로 부리며 관객을 주락펴락하고 있었다. 부드러운 등장부터 강렬한 퇴장까지. 별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는 잊지못할 무대였다

모차르트에서 준으로, 딕션과 저음의 성장.. 배우 김준수의 기대되는 발전.
김준수를 가수가 아닌 뮤지컬 배우로 만난 것은 '모차르트!', '김준수 뮤지컬 콘서트' 이후 세번째였지만, 늘 볼 때마다 놀라운 점은 최고의 스타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한 노력파라는 점이었다. 처음 모차르트를 시작하였을 때 '아이돌 가수 출신 중 가장 성장이 기대되는 배우', '아이돌 가수 출신 중 가장 뮤지컬을 잘 소화한 배우' 등의 호평을 받기도 하였지만 늘 수식어처럼 따라 붙던 '아이돌 가수 출신'이라는 단어는 팬이지만 씁쓸했던 부분 중 하나였다. 물론 그가 '동방신기-JYJ'임은 맞지만 그 수식어가 마치 정통 뮤지컬 배우와 비교했을 때에는 부족하다는 말 같이 다가오는 것 같았다고 할까. 김준수의 장점은 곡에 대한 몰입도와 표현력이 좋다는 것이다. 이 점은 가수때도 칭찬 받고 있는 부분이기에 뮤지컬에 있어서도 그것은 꽤나 장점으로 작용하였지만, 딕션(diction)과 저음소화력에 있어서는 비판이 꽤나 많았던 터. 인터뷰 할 때에도 종종 보이는 남다른 그의 발음은 뮤지컬에서는 대사 전달이 잘 되지 않는다는 단점으로 다가왔고 저음이 약한 것은 그의 목소리의 선천적인 부분 같았지만 어쩔 수 없이 아쉬웠던 점. 하지만 놀랍게도 그는 모차르트의 기간동안 무대마다 딕션과 저음에 대한 성장을 보여줬었고 그것은 쉽게 찾을 수 있는 '모차르트!' 첫공연과 마지막공연의 커튼콜 무대 비교만을 봐도 알 수 있다. '천국의 눈물', 지금까지 보여준 그의 노력을 봐서도 어느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꽤나 발전한 모습으로 관객에게 그는 한발 더 '뮤지컬 배우 김준수'를 각인시켜주었다. 지적받고 있었던 딕션과 저음, 발성에 있어서의 발전과 더욱 섬세해진 연기, 여유로운 무대매너로 관객에게 가수 '시아준수'의 모습이 연상할 수 없을 만큼 준(준형)을 표현하고 있었고 그랬기에 더욱 앞으로가 기대되었던 김준수였다. 단 한가지 단점을 지적하자면 영어 대사는 아직인듯 하다^^;      

아쉬웠던 결말, 아쉬움을 남긴 스토리. 2주 후를 다시 기약해보며.
리뷰를 훑어본 사람이라면 쉽게 발견했겠지만 대 다수의 관객들은 마지막 장면에 대한 아쉬원 이야기를 하고 있다. '모두를 용서하고 그들은 행복해졌습니다' 라는 뻔하디 뻔한 결말였고, 티아나-쿠엔-준의 마지막 감정선에서 무언가 흐름이 끊기고 있는 듯한 아쉬운 느낌을 받았다. 쿠엔이 자신의 입장에 대해 더 강하게 변명했다거나, 티아나가 다가온 현실에 더 처절했거나 준을 원망했다거나, 준이 쿠엔을 비난하고 오히려 티아나가 용서했더라면 어땠을까.. 한 인터뷰에서 프랭크 와일드혼은 아래와 같이 말하였다.
프랭크 와일드혼 역시 “<지킬앤하이드>나 <몬테크리스토>처럼 만들어져 다듬어진 작품은 아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공연이 자리를 잡는데 2주 정도 시간이 걸린다. 오프닝 공연과 2주 후 공연은 많이 다를 것이다”며 “지금은 생명을 얻어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참을성을 가지고 기다릴 것이다”는 말로 작품에 대한 확신을 버리지 않았다.
- 데일리안 기사 중 http://www.dailian.co.kr/news/news_view.htm?id=236923&sc=naver&kind=menu_code&keys=4 
나는 정확히 개막일 2월1일 이후 2주가 하루 더 지나는 2월 16일 동일한 캐스팅의 공연을 예매해 둔 상태이다. 프랭크와일드혼의 이야기처럼 2주동안이 뮤지컬이 생명을 얻어가는 과정이라 한다면, 2주 후에 더 좋은 리뷰를 쓸 수 있기를 바라며..


[ 천국의 눈물 2011년 2월 1일 첫 개막일 커튼콜 직캠 / 선출처 : 소풍,온도닝님, 후출처 : 동네방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