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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을 말하다

쇼바이벌의 폐지와 쇼바이벌이 가졌었던 한계점

by Rano 2007.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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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일주일전까지만해도 쇼바이벌이라는 MBC의 프로그램이 있었다.

쇼바이벌. 신인들의 등용문이라 평해지며 화려하게 비상하는 줄만 알았던 프로그램.
초반, 1차 선정을 룰렛을 돌려 반을 떨어트린다는 어이없는 설정으로 시청자들을 당황케 했지만
(물론, 신인들에게 '운도 하나의 복이다' 라는것을 절실히 깨닫게 해주기도 하였지만)
신선한 얼굴들과 서비이벌 형식의 음악프로그램이라는 점은 기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해 시청률 바닥을 기고있는 음악프로그램과의 차별화로 시선을 끌기에는 충분했었다고 본다.

[ 쇼바이벌 최고의 라이벌로 꼽혔던 슈퍼키드 vs 카피머신 ]


그런데 왜?

모두들 폐지의 원인은 '시청률' 이었다고 말한다.
시청률이 왜 떨어졌는지 원인은 모두들 외면한채 'MBC너무하다'로 모든것을 끝내버렸다.
쇼바이벌을 사랑하고 애청하고, 또한 쇼바이벌 현장에 종종 참여했던 필자는
뒤늦게 쇼바이벌 폐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쇼바이벌은 애초부터 프로그램의 포지셔닝을 명확히 정했어야 했다.
쇼바이벌은 '리얼 버라이어티' 였는가? '전문 음악프로그램' 이었는가?

초반은 룰렛으로 일부를 탈락시키고 기본상식 O.X를 부는 둥 '리얼버라이어티'를 지향하는 듯 하였다. 하지만 어느순간 '버라이어티' 적인 요소는 배제한 채 무대 공연만을 위주로 하는 '전문 음악프로그램'을 모방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쇼바이벌은 전문 음악프로그램이었는가?

하지만 방송을 보며 항상 느꼈던 부분은 너무 전문성 없는 평가를 한다는 점이었다.
현장에 방청한 방청객들로 1위가 가려진다? 이런 터무니 없는 심사가 있는가..
현장에서 심사를 마치고 바로 발표를 한다는 것은 긴장감과 흥미를 돋구는데 한 몫을 한것은 인정.
하지만 그들의 심사를 바탕으로 승패를 가린다는 것이 과연 진정한 음악 프로그램이었을까.

방송에서는 현장 분위기만으로 방청객이 채점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심사위원이 냉정한 평가의 말을 건넸으니 방청객의 평가를 전적으로 믿어도 된다 식으로 표현하였다. 과연 방청객들이 얼마나 심사위원의 말을 귀기울여 듣고 그에 따라 평가를 내렸을까.

쇼바이벌은 [쇼바이벌 출연 가수들은 모두가 신인이기에 팬들이 많지 않을 것이고, 더구나 팬들이 심사위원:방청객으로는 절대 참여하지 못할 것이다], [연령별, 성별로 고루 방청객을 모집했으니 충분히 심사위원 자격이 있다] 라는 가정을 너무 철저히 믿고 진행하였다.
애청자라면 회를 거듭할수록 남여 성비율이 5:5에서 여성이 월등히 많아지고, 고른 연령층이라는 말과는 다르게 점차 20대 여성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필자는 현장에서 팬클럽 다수가 팬이 아닌척 방청객:심사위원으로 입장했다는 것도 확인하였다.)



쇼바이벌은 둘 중 하나를 택했어야 했다.
조금 더 버라이어티하게 가기 위해 무대만이 아닌 게임이나 부가적 프로그램들을 개발했다거나,
전문 음악프로그램을 지향했다면 최소한 각 분야(작사곡, 프로듀싱, 가수, 공연연출 등) 전문 심사위원을 섭외하여 그들의 점수를 방청객의 점수와 함께 반영하는 성의는 보였어야 했다.


'버라이어티'와 '음악프로그램'을 결합시키려는 쇼바이벌의 의도는 존중하겠지만
어중간한 포지셔닝은 시청자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쇼바이벌은 폐지되는 그 순간까지 버라이어티와 전문 음악프로사이에 어설프게 걸쳐있는,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두마리 모두 놓쳐버린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애청자들은 쇼바이벌에게 끝이 아닌 방학이 온거라 믿고 있다.
바라건데 개학시에는 두마리 토끼보다는 한마리 토끼에 집중했으면 한다.


[ 필자가 구경갔었던 쇼바이벌 리허설에서 베이지와 몬스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