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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말하다

[게이샤의 추억] 절제된 화려함이 돋보였지만, 일본인들이 아니었기에 아숴웠던 영화.

by Rano 2010. 12. 11.
한동안 영화를 자주 보지 않았던 터라 이 글이 얼마만의 영화 리뷰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다시 리뷰를 쓰고 싶어질 만큼 기억에 남았던 영화. 게이샤의 추억이다.

게이샤의 추억(藝伎回憶錄: Memoirs Of A Geisha, 2005)
장르
: 멜로/애정/로맨스, 드라마
제작 : 미국  러닝타임 : 144 분
국내개봉 : 2006.02.02 
감독 : 롭 마샬 
출연 : 장쯔이(사유리), 와타나베 켄(회장/체어맨), 양자경(마메하), 야쿠쇼 코지(노부), 유키 쿠도(펌프킨), 공리(하츠모모) 등
등급 : 국내 15세 관람가   
홈페이지 : http://www.geisha.co.kr (폐쇄)

개봉하고 4년이 지난 지금에와서 보게 된 게이샤의 추억. 게이샤의 추억을 보게된 계기는 내년 2월에 예약한 일본 교토여행지를 찾다가 우연히 보게된 사진 한장 때문이었다. 교토를 이번에 여행한다면 3번째 가게되는 교토였기 때문에, 기존에 가본적이 있었던 금각사나 니조성, 기요미즈데라 등이 아닌 다른 곳에 가보고 싶었기에 시작한 검색은 아래의 사진 한장을 발견하게 되었다.   

어렸을 적 자신이 원치 않는 삶을 어느날 갑작스레 맞게 된 주인공 치요, 그녀는 그 생활에 벗어나고 싶어 자신을 새로운 삶의 길로 강요하는 그곳을 떠나려 하지만, 그 계획은 실패로 끝나게 된다. 실패란 그에 따른 댓가도 따르기 마련. 그 실패에 대한 벌로 그녀는 더 낮은 삶을 살도록 강요받게 되는데..

그녀에게도 새로운 희망이 생기게 된다. 그것이 바로 주인공과의 만남이었다. 그녀는 그 만남을 계기로 게이샤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스스로 품게되어 한 신사로 자신의 희망을 기원하러 가는데, 그것이 바로 아래의 사진이며 실제 교토에 위치하고 있는 후시미이나리신사이다. ※관련리뷰 : [교토여행] 끝없이 이어진 도리이의 장관, 후시미이나리신사(伏見稲荷大社)


이 사진 한장으로 보기 시작하게된 게이샤의 추억.

게이샤의 추억 中, 어린 치요가 소원을 빌기위해 뛰는 장면


일본만이 가지고 있던 전통의 한 장, 게이샤. 그들을 연기하는.. 외국인?

처음 게이샤의 추억을 보기 시작하였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왜 주인공들이 영어로 말하며, 게이샤역을 맡은 출연진이 일본인이 아닌걸까.. 라는 의문이었다. 감독이나 출연진에 대한 사전 정보없이 보는 것이 늘 영화를 보는 스타일이여서 굉장히 놀라웠고 보던 중 영상을 중지시켜 검색사이트를 통해 출연진을 다시한번 확인하기도 하였다. 인터넷에 올라와있는 정보에 의하면 감독이 스티븐 스필버그이고 헐리우드에서 제작되었기 때문에 언어가 영어로 채택되었고(물론 중간중간 일본어가 나오기도 한다), 영어와 춤, 넓은 폭의 연령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를 찾다가 장쯔이, 양자경, 공리와 같은 배우들이 캐스팅 되었다고 한다. 

전세계 여배우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던 주인공 역할은 유난히 까다로운 캐스팅 과정을 거쳐야 했는데, 스티븐 스필버그와 롭 마샬 감독은 '아름다움은 기본, 15세에서 30세까지 폭넓은 연기를 소화할 수 있는 연기력과 영어 구사는 필수, 그리고 훌륭한 춤솜씨'라는 유례없이 까다로운 캐스팅 조건을 내걸었다. - 네이버 영화 : 게이샤의 추억 제작노트 中

과연 이러한 캐스팅은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 물론 주인공들의 연기는 뛰어나며 손색이 없다. 하지만 대다수의 평에도 올라와 있듯 일본 전통을 표현하는 외국인이라는 것은 극에 대한 이해와 집중도를 떨어트릴 수 밖에 없는 요소였지 않을까.


절망, 그리고 원치않는 삶의 강요. 가지고 싶지만 가질 수 없는 '사랑'

게이샤의 추억에서는 게이샤들의 생활을 그리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사랑'에 대해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게이샤는 남성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기 위한 많은 철칙 중 그 누구의 것이 되지도 않으며 사랑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하나의 원칙이었기에, 사랑이라는 것은 그녀들에게 있어서는 가질 수 없지만 가장 가지고 싶은 그 무언가였던 것이다. 주인공 치요 역시 사유리가 되어 최고가 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속에 그에게 하나의 희망으로 남아있던 것이 사랑하는 사람과의 재회와 이루어짐이었고, 그토록 사유리를 괴롭히던 악녀 하츠모모 역시 사랑앞에는 한없이 흔들리기만 하는 여인이었던 것이었다.
게이샤의 추억에서 사랑이라는 요소는 그녀들이 게이샤가 되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할 때, 가장 인간다운 버릴 수 없는 면모중 하나가 아니였을까.


절제된 화려함, 일본의 전통적 아름다움을 느끼기에는 적합. 전통을 이해하기에는 부족

게이샤의 추억을 보면 아름답지만 도도하던, 절제된 미를 풍기던 그녀들처럼 절제된 화려함을 선보이고 있다.
화려한듯 하면서도 어느 화면에서는 무채색의 아름다움이 보이고, 단조로운 듯 하면서도 화려한 게이샤의 무대가 보인다.
절제된 화려함. 이것이 게이샤의 추억에서의 가장 볼거리가 아닐까.

하지만 게이샤의 추억으로 일본의 전통을 이해한다고 하기에는 위 처럼 외국인의 연기와 영어를 사용한다는 것부터가 괴리감을 느끼게 한다. 감독은 영화를 준비하며 사실을 바탕으로 하기 위해 많은 조사를 하고 조언을 얻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외국인이 바라본 일본의 문화, 그것을 느끼고 이해해 영화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하지 않았다 싶다. 영화는 그저 영화로써만 즐기는 것이 정답인 듯 하다.


아름다움과 신비함. 그것을 얻기위한 치열한 노력과 더러운 경쟁. 아름다움 속에 숨겨져있던 또다른 이면.
호불호가 많이 갈렸던 영화로 알려져 있지만, 게이샤의 추억을 누군가가 어떻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이 영화를 추천하여 주고 싶다.
하지만, 일본인이 그리는 게이샤의 추억이 더 보고싶어지는 것은 왜일까.. (혹시 이런 영화가 있다면 추천받고 싶습니다)

게이샤의 추억의 한장면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