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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말하다

[썸머워즈] 그 누가 고스톱이 세상을 구할 줄 알았겠는가. 강약조절 최고!

by Rano 2009. 8. 18.
최근 계속해서 일본어를 공부중에 있기 때문에 일본 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이다. 그에 '썸머워즈'라는 일본 애니매이션이 개봉한다는 말에 스토리도, 감독도 전혀 모른채 영화를 관람하게 되었다. (사실 이런 자세가 영화관람에 전혀 이득이 되는 바가 없기에 실수라 말하고 싶다;) 

썸머워즈(サマ-ウォ-ズ: Summer Wars)
장르 : 애니메이션
제작국 : 일본 
러닝타임 : 113 분
개봉 : 2009.08.13 
감독 : 호소다 마모루 
출연 : 카미키 류노스케(코이소 겐지 목소리), 사쿠라바 나나미(시노하라 나츠키 목소리) 등 
등급 : 국내 전체 관람가 
공식홈페이지 :  
http://www.summerwars.co.kr/


OZ? 우리가 알고 있는 LGT의 OZ? 어부지리로 성공한 LGT의 마케팅
영화가 시작하기 전 LGT의 OZ 마크가 뜬다. 단순한 배급투자 정도로만 생각하는 관객들에게 보란듯이 'OZ'는 썸머워즈의 시작부터 그 어떤 주인공보다도 많이 등장하며 관객을 놀랍게 한다. 바로 썸머워즈의 메인 스토리인 '워즈', 즉 싸움의 주 무대가 바로 오즈이기 때문이다. 오즈는 썸머워즈에서 그려낸 가상의 인터넷 공간이며, 일본은 인터넷의 공간이 핸드폰과 컴퓨터를 모두 연결하고 있기에 즉 지금 LGT가 그리고 있는 온라인과 모바일의 일체화인 풀 브라우징, 그 자체인 것이다. 썸머워즈가 그려내는 '오즈'라는 무대는 단순한 인터넷 공간이 아닌 일본인들이 소통하고 공유하며, 기업과 정부의 모든 업무망까지도 연결되어 있어 일상생활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의 조건이자 최고의 매개체로 등장하고 있다. 영화에 빠져들다 보면 곧 썸머워즈에서 등장하는 '오즈'와 같은 넷환경이 조성될 것만 같은 느낌과 함께 그것이 'LGT의 오즈'가 아님에도 'LGT의 오즈도 잘 발전하면 저렇게 될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LGT의 광고 애니매이션 영화가 아니었지만 관객은 무의식중에 동명의 브랜드인 LGT를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어부지리로 성공한 마케팅이라고나 할까. 실제 일본에 'OZ(오즈)'라는 인터넷 관련 브랜드는 없다고 한다. 기업들이 본 애니매이션을 봤다면 어설픈 PPL 보다는 이러한 직설적 화법으로 대놓고 영화를 제작해 보는 것을 고려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3D보다 더 실감나는 2D 애니매이션 영화
최근 애니매이션의 대부분이 3D를 추구하며 마케팅시 '머리카락 하나까지 섬세한 작업으로 실감나게 표현된 것'에 포커싱이 맞춰진 경우가 많은 편이다. 그에 반해 일본 애니매이션은 특유의 색채와 영상미를 살린 2D를 아직까지 주로 포커싱하고 있다. 썸머워즈도 역시 일본 전통 애니매이션의 대세를 따르듯 2D로 3D이상의 화려한 화면을 선보이고 있다.

나 역시도 3D의 실감나는 표현을 즐기는 편이지만 썸머워즈는 3D보다 더 실감나는 2D 애니매이션이라 평가하고 싶다. 물론 입체적인 면에서는 2D가 3D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지만 킹카즈마와 러브머신의 싸움, 그리고 나츠키와 러브머신의 싸움때의 화면은 그 어떤 3D 영상보다 화려하고 입체적이며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기에 그 어떤 3D 애니매이션보다 영상미면에서 플러스 점수를 주고 싶다.

(위)러브머신, (아래)킹 카즈마


결국 세상을 구하는 것은 하나후다(花札:はなふだ, 한국식으로는 '고스톱')?!
애니매이션을 보며 모두가 오즈의 해킹과 바이러스로 인해 실제 사회에 미치는 커다란 피해에 숨을 죽이며 지켜보면서도, 즐거울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 모든것의 해결이 하나후다, 즉 고스톱판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고스톱 문화가 없는 타국의 사람들이 본 애니매이션을 본다면 어떤 느낌일지 모르겠지만(아마도 쉽게 이해해지는 못할 듯) 맞고에 익숙한 한국 사람들이 보기에는 '고'와 '홍단', '고도리' 등이 나오는 순간 웃음을 터트릴 수 밖에 없어진다. 그 어떤 싸움보다 박진감 있게 펼쳐지는 것이 바로 고스톱 게임 장면이니 말이다. 캐릭터와 한몸이 되는 듯한 느낌이랄까.


DDOS를 겪은 후라 더 등골이 서늘한 OZ의 파괴장면
썸머워즈에서 오즈의 수만명의 유저 아이디가 해킹되어 그 정보를 기반으로 몸집을 불려나가는 러브머신(바이러스)의 모습를 보며 바로 얼마전의 DDOS 대란이 다시 한번 떠올랐다. 한국을 강타하였던 DDOS 사건을 벌써 잊은 사람은 없으리라 본다.
Distribute Denial of Service attack(DDoS)
여러 대의 컴퓨터를 일제히 동작하게 하여 특정 사이트를 공격하는 해킹 방식의 하나.
서비스 거부(DoS)란 해킹수법의 하나로 한명 또는 그 이상의 사용자가 시스템의 리소스를 독점하거나, 파괴함으로써 시스템이 더 이상 정상적인 서비스를 할 수 없도록 만드는 공격 방법이다.
이 수법은 특정 컴퓨터에 침투해 자료를 삭제하거나 훔쳐가는 것이 아니라 목표 서버가 다른 정당한 신호를 받지 못하게 방해하는 작용만 한다.
쉽게 말해 대량의 접속을 유발해 해당 컴퓨터를 마비시키는 수법이다.
실제 썸머워즈 속 러브머신과 DDOS가 같은 형태는 아니지만 같은 맥락속에 있는 것은 '타인의 정보(또는 PC)를 자신의 것 마냥 조정하여 목적을 이루어 낸다는 것' 이다. 둘 다 실제 사회에 악영향을 끼친것도 동일하며. 마치 DDOS의 진화형이 러브머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썸머워즈는 현실 속의 미흡한 온라인 보안과 허술한 정보관리에 대해 꼬집으려 한 것일까.


가볍지만 가볍지 않게, 무겁지만 무겁지 않은 스토리
일본 애니매이션을 많이 접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원래 감독의 스타일이라던지 '일본풍'이라는 것은 모르겠지만 썸머워즈의 애니매이션에서 보여주는 가족관계에서의 겐지(소가족, 가족간의 유대관계 결핍) ↔ 나츠키(대가족, 유대관계 원활) 라던가, 할머니(아날로그) ↔ 러브머신(디지털)의 대립은 마치 극과 극으로 치닫아 가는 현실을 철저히 반영한듯한 느낌이었고, 사건의 해결에 있어서 일본인이 개발한 바이러스를 미국의 얕은 실수로 인해 큰 문제를 초래하였지만 결국 일본이 다시 이를 해결해 나가는 줄거리에서 경제 1,2위를 다투는 두 나라에 대해 일본 특유의 은근한 자민족 우월주의가 묻어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썸머워즈가 무겁지 않았던 것은 그것들을 단순한 '소재'로써 삼았을 뿐 그 어떤 강요의 메시지도 전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썸머워즈를 관람하며 끝까지 즐거울 수 있었던 것은 강과 약의 조절의 승리라 보고 싶다. 어디서 강하게 어디서 약하게, 어디서 무겁게 어디서 가볍게해야 관객들이 호응할 지를 꿰뚫어 보는 감독의 요리가 되어버린 느낌이었더랄까.

여튼, 이 영화. 강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