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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를 말하다

돌고래유괴단 가장 핫한 프로덕션의 외길인생 영화같은 성공스토리

by Rano 2020. 4. 20.

최근 광고 업계에서 가장 핫한 크리에이터 집단, 프로덕션을 꼽으라면 항상 거론되는 곳 중 하나가 바로 돌고래유괴단이다. 가장 핫한 프로덕션이라면 무언가 알아듣기 어려운 거창한 이름을 가지고 있을 것만 같지만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어쩌면 귀엽게까지 느껴지는 '돌고래 유괴단' 이라니. 

의외의 이름같은 그들, '돌고래 유괴단'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캐논의 바이럴 광고였다. 

이 두 장면을 기억하는가.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는 무언의 룰을 깨고 주인공이 죽고만 CF. 바로 캐논의 바이럴 광고였다. 한 창 주가를 달리고 있던 허셰프, 최현석이 광고 모델로 출연하여 특유의 시그니처 포즈인 소금을 뿌리는 사진을 캐논 셀카로 찍으며 포즈를 잡는 편이 있는가하면 또 하나의 시리즈에서는 "최고의 사진은 극한의 순간을 잡아내는 것이다" 라며 곰을 촬영하기 시작한 최현석이 일명 곰밥이 되어버린 편이 있었다.

캐논 바이럴 영상이 나온 2015년에는 한창 '바이럴광고'라는 온라인 광고가 성행하며 공중파 매체에서 라이브 되는 소재와 또 다른 스토리로 재미를 선사하며 크게 인기를 끌기 시작했던 때였는데 그 붐의 최정점을 찍었던 것이 최현석의 캐논 바이럴 광고가 아니었을까 싶다. 

곰이 등장하는 카메라 광고라면 당연히 위험한 순간이지만 멋지게 곰을 찍고 카메라 모델명과 상품이 클로즈업되며 마루리되는 장면을 예상하는 사람들에게 허를 찌르듯 최현석의 영정과 연대기가 나오며 곰의 쩝쩝거리는 뼈 씹는 ASMR이 나오다니. 이 황당하면서도 독창적인 스토리에 사람들은 '고퀄약쟁이' 라며 환호하기 시작하였다. 

이 것이 바로 돌고래유괴단이 세상에 주목받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이 후 돌고래유괴단은 안정환으로 이어지는 캐논 광고부터 유니클로, 옥션, 정관장, 브롤스타즈 등 이름만 말해도 알법한 대기업의 광고를 섭렵하며 최근 SSG의 '압도적 쓱케일'까지 만들어내게 된다.  

SSG의 광고, 이 편에서도 공유가 곰에게 당한다

내가 이 포스팅을 쓰게 된 이유는 바로 이 돌고래유괴단이 무려 11년전, 내가 일했던 곳에서 마주했던 그들이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 돌고래유괴단이 지금의 돌고래유괴단이었다니. 

나는 동영상 UCC, 동영상 플랫폼 열풍이 불기 시작한 2007년부터 엠군(mgoon)에 재직하였었다. 그 당시 엠군을 비롯한 판도라TV, mncast 등의 동영상 플랫폼사들은 차별화 요소와 안정적 컨텐츠 수급을 위해 '저작권' 확보와 '크리에이터' 확보에 열을 올렸고, 동영상 열풍에 뛰어든 크리에어티들은 '수익화'에 목이 말랐있던 상황이었다. 엠군은 이러한 쌍방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프리미엄 UCC관'이라는 하나의 코너를 만들어 순수 창작자와 UCC스타를 선정해 최초로 플레이당 5원이라는 파격적인 리워드 조건을 걸고 서비스하기 시작하였다.

나는 이 프리미엄UCC관의 섭외를 담당하는 마케팅팀에 소속되어 여러 크리에이터(그 당시 UCC스타)들을 발굴하고 컨택하고 협업을 하였는데, 그 때 특이하고 열성적이다 라고 생각했던 크리에이터 중 하나가 바로 '돌고래 유괴단'이었다. 

아직도 남아있는 엠군의 돌고래유괴단 채널: https://www.mgoon.com/ko/ch/dolphiners

 

돌고래유괴단 :: 채널 - Let's play Mg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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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mgoon.com

한창 커버댄스가 유행하고 짧은 이슈 현장 영상, 마술영상, 영어 한마디 등 무언가를 편집하기 보다 그 자체를 영상으로 담아낸 컨텐츠가 대다수였던 상황에서 돌고래유괴단은 자신들만의 짧은 병맛 스토리 영상을 만들어 내던 팀이었다. 그 때에는 영상제작이 바로 수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던 시기였기에 과연 제작비나 인건비는 어디서 충당할까 걱정이 되던 바로 그 팀이 지금의 SSG 광고를 만들어낸 돌고래유괴단이라니.

돌고래유괴단의 단장인 신우석 감독은 2018년 퍼블리와의 인터뷰에서 7년을 버텨 빚이 3억 5천만원까지 쌓였던 그 때에 바로 캐논 광고가 터졌다고 하였다. 단 1년도 안정적인 수입없이는 버티기 힘들 수 있는데 그 상황을 무려 7년이나, 그것도 여섯명의 멤버가 모두 버텨 지금의 성공을 일궈내다니.

믿기기 힘든 이야기였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성공스토리였다. 사업에 굴곡이 있을 때 또 다른 굴곡과 전환점을 맞이하기위해 버티기에 돌입할 수는 있지만 무려 7년을 꾸준히, 뚜렷한 성장세 없이 같은 길을 걷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만큼 자기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자부심과 자존심, 그리고 신념이 있지 않으면 결코 쉬이 할 수 없는 일이다. 

 

당신의 돌고래를 유괴하겠다.
당신의 갇혀있는 돌고래를 유괴하겠다.
당신의 갇혀있는 꿈을 상징하는 돌고래를 유괴하겠다.

- 돌고래유괴단 '유괴선언' 2010. 03. 24 -

 

당신의 돌고래를 유괴하겠다는 돌고래유괴단은 완벽히 유괴에 성공하였다. 그들은 꿈을 꾸고 있었고 그들이 보여준 꿈의 결정체는 마치 잃어버린 내 꿈과 같았다. 신우석 감독은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용기'였다고 말한다. 10년전의 나, 그리고 10년전의 돌고래유괴단. 나도 용기가 있었다면 그때의 그들처럼, 지금의 그들처럼 할 수 있었을까. 

뒤늦게 접한 '돌고래유괴단'의 소식에 많은 생각이 드는 밤이다. 외길인생의 영화같은 성공스토리. 누군가 혼자만의 성공도 아닌 함께한 이들과의 용기로 일궈낸 '모두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의 동화같은 이야기. 그들이 묵묵히 지켜온 꿈의 돌고래처럼 앞으로의 행보도 저 넓은 바다처럼 펼쳐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