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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몰 탐방기

을지로 지하상가의 이단아, 뉴트로 편집샵 슷(스위트스팟)

by Rano 2020. 4. 3.

 

지하철 을지로입구에서 을지로3가로 이어지는 라인은 지하로 뚫려있으며, 그 지하는 모두 상가로 구성되어 있다. 을지로라는 지역이 최근 힙지로, 레트로의 대명사로 떠오르기 전까지는 인쇄소나 작은 공장이 많은 곳에다가 대다수의 유동이 직장인 외에는 어르신이 많은 탓에 깨끗하고 세련된 지하상가를 의도한 지하철 역사와 달리 해당 지하상가에는 어르신을 타겟하는 가게들만이 자리잡게 되었다.

 

지하상가라는 특성이 누군가 이 곳을 의도적으로 오기보다 직장, 취미활동 등의 본인 생활반경 내에 오고가며 충동적으로 들리게 되는 성향이 많다보니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을 '사장님이 망했어요'와 같은 세일, 특가 등의 깔세 가게들이 상당수의 지분을 차지해 '퀄리티 높은 무언가'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유통 공간 중 하나가 되어 버렸다. 

 

을지로 지하상가 대다수의 정신없는 매대와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을 새빨간 '초특가'들 사이에 마치 이단아처럼 자리를 잡고 있는 매장이 있으니 바로 팝업스토어 전문사 스위트스팟에서 만든 편집숍, '슷' 이다. 

 

 

 

이 스위트스팟의 '슷'은 레트로붐을 등에 업고 정통 레트로풍의 편집샵을 표방해 작년 4월 문을 열었다. 최초 오픈할 때의 모습은 오래된 전축 스피커와 패턴벽지, 우드톤의 옛 가구를 활용한 차분하고 단정한 모습의 레트로 인테리어였다. 당시에는 옷과 소품을 주력으로 판매하며, '레트로'라고 하기에 어울리는 물품은 막상 노스텔직아트의 틴케이스와 레트로 소품류가 전부였기에 무언가 완벽한 레트로라고 하기에는 아쉬운 면이 있는 매장이었다. 

 

정통 레트로와 뉴트로의 경계에서 그 어디에도 치우치지 못해 오히려 애매한 편집샵으로 핫했던 오픈때와 다르게 매 번 지나치는 을지로인들의 관심에서 점차 멀어지나 싶을 때에 슷은 파격적인 변신을 감행하였다. 

 

 

이 눈부시고 화려함은 무엇인가. 

마치 고고장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컬러와 조명, 그리고 네온사인으로 전면 개편한 슷은 스쳐지나가지 못하도록, 최소한 고개라도 돌려보라고 발악하는 것처럼 화려한 모습으로 새 단장을 하였다. 외부의 모습 뿐만 아니라 내부의 셀렉트된 제품도 더 다양하고 더 힙하면서도 더 병맛스러운, 이제는 레트로가 아닌 뉴트로에 완벽히 가까워진 모습으로 리뉴얼한 것이었다. 

 

 

입구에서 오는 이를 반기는 비너스 석고상은 펑키한 핫핑크 가발을 쓰고는 수줍은듯 당당한 키스마크를 선보이고 있다. 여기가 대체 어디인지를 혼란스럽게 하는 구성은 마치 작은 개미지옥에 빠져든 기분이다.  

 

 

어딘가에 비교해 달라고 한다면 일본의 돈키호테의 축소판이자 돌연변이라고 칭하고 싶다. 주인장이 넣고 싶은 취향을 모조리 넣어버린 듯한 모양새는 통일성을 알듯말듯하지만 어느새 이해가 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매력이랄까.

 

여전히 자리잡고 있는 노스텔직아트의 레트로 소품과 틴케이스, 그리고 의류는 어느새 터줏대감에서 한 계단 내려와 B급 상품들에 밀려있는 모양새이다. 난데없이 디즈니 캐릭터 상품이 튀어나왔다가 디퓨저가 나오고, 불량식품이 나와 대체 여기서 무엇을 사면 될지 헤매이다 어느덧 한 손 가득 무언가를 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을지로 지하상가의 제대로 이단아가 되어버린 편집샵 슷. 알쏭달쏭한 재미가 마성의 매력으로 다가오는 이 독특한 편집샵은 아래의 인스타그램에서 제대로 확인할 수 있으니, 을지로를 지날 일이 있다면 을지로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를 찾고 싶다면 이 곳, 슷에 한 번 찾아가 보자.

 

https://www.instagram.com/sweetspot_eulji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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