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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올 뉴 아반떼 CF 잘만든 광고의 옥의 티, 디테일을 놓친 상황극

by Rano 2020. 4. 19.

국내 기업들이 점차 글로벌화 되고 나서 재미있어진 현상은 광고가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유튜브의 프리롤 광고(Pre-roll ad, 비디오 재생 전 플레이되는 광고)에서 5초가 끝나자 마자 SKIP 버튼을 누르던 사람들은 언젠가부터 나도 모르게 끝까지 재생하고 있더라 라는 광고가 많아졌다 평하고는 한다. 그만큼 광고의 퀄리티도 다양성도 재미도 올라간 것이 아닐까. 

이번에 이야기 해보려는 광고는 최근 역대급 광고라고 호평을 받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올 뉴 아벤떼 '세상, 달라졌다' 시리즈 중 시니어 모델분들이 출연하는 '제2의 청춘카' 편이다. 

먼저 광고의 내용은 이렇다. 

'제 2의 청춘카' 라는 문구와 함께 시작한 광고는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누군가의 뒷모습을 비춘다. 카메라는 뒷모습에서 위로 앵글을 비추고, 머리 위 시계바늘은 12시 정각을 가리키고 동시에 전환된 화면 속 또 다른 시계도 12시 00분을 보여준다. 그와 동시에 빠르게 클릭되는 마우스, 곧이어 모니터로 나타난 '예매처리가 완료되었습니다' 라는 문구. 신이 난 사람들은 각자의 개성 넘치는 모습으로 집을 나와 자신들의 앞에 정차한 아반떼에 탑승한다. 

차 안에서 신이 난 네 명의 할머님들 중앙으로 "시니어문화생활, 20대 추월, 60세 이상 문화예술 관람율 76.4%" 라는 사실에 입각한 최근 현상이 문구가 나타나며 화면은 다시 한 번 전환된다.

 

"세상, 달라졌다."

마치 세상이 뒤집어 진 것 처럼 글씨가 등장과 함께 빠르게 뒤집어지며 광고는 종료된다. 

 

과거에는 나이가 들면 아이들 뒷바라지나 하며 자신의 인생을 마감하는 것이 미덕인것만 같은 세상이었다. 노인이 무슨 취미냐, 다 늙어서 무슨 공부냐 하는 말로 자신의 마지막을 살고 싶은 데로 살아가는 것은 마치 민폐인냥 부정적인 프레임을 뒤집어 씌우기 바빴다. 하지만 세상은 달라졌다. 

지금의 시니어층은 젊었을 때에 돈버느라, 집사느라, 아이 키우느라 못해봤던 일들을 이제는 즐겨도 되는 시기라 생각하기 시작했다. 특히 의료복지가 안정화되며 100세 시대라 불리우는 최근은 60대를 과연 노인으로 분류해도 되는가 싶을 정도로 신체 건강하신 분들이 대다수이다. 그렇다보니 즐기는 것이 단순한 쇼핑과 같은 소비를 넘어 여행, 취미생활, 모임문화 등 외부활동까지 빠른 속도로 확산되며 시장에서는 '시니어를 잡아야 산다'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막강한 소비층으로 시니어층이 급부상하게 되었다.

현대자동차에서는 이러한 시니어층 중 특히 '문화예술 생활을 즐기는 자'를 노린 듯 '제2의 청춘카' 라는 이름으로 아반떼라는 이름에서 오는 향수와 세련되고 실용적이 된 디자인을 내세운 광고를 라이브하였다.

 

이번 현대자동차의 광고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역대급 광고'라 칭하는 데에는 -대놓고 시니어를 타겟한 것이 신선하고 -시니어도 실용적이고 디자인이 예쁜 차를 소비한다는 흐름을 잘 읽었고 -레트로와 트로트 열풍으로 시니어층의 이슈인 '티켓팅'을 소재로 삼았다는 이유였었다. 

나도 처음 이 광고를 보았을 때에 '잘 만들었다'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늘 그래왔듯 똑같은 젊은 층에게 세련되고 힙한 상품으로의 포장이 아닌 대놓고 시니어층을 포커싱한 광고라니. 1995년부터 시작한 '아반떼' 라는 자칫 올드할 수 있는 브랜드로 그 시절 그 때의 감성으로 돌아가 함께 '올 뉴' 아반떼와 함께 '올 뉴'하게 달려보자 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더라. 

현대자동차 올뉴 아반떼 광고

 

광고 동영상임에도 불구하고 댓글을 보면 칭찬 일색이다. 댓글을 한 번 살펴보고 이 사람들이 느꼈던 포인트에 대해 공감해보려 다시 광고 영상을 재생하였는데, 그만 옥의 티를 보고 말았다. 공연예술을 좋아해 광고 속 장면처럼 티켓팅에 참여해 봤던 사람이라면 모두가 발견했을 옥의 티

옥의 티는 바로 시계에 있었다. 어두워진 하늘, 그리고 12시를 향한 시계. 누가봐도 낮 12시가 아닌 밤 12시임을 짐작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옥의 티였다. 바로 밤 10시 이후로는 인기 문화예술공연의 티켓팅이 없다는 것이다. 일명 '피켓팅'이라 불리우는 광클을 해야하는 티켓의 오픈에는 서버접속 장애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에 보통 대응이 가능한 시간인 낮부터 오후 8시까지로 티켓이 오픈되고 있다. 무언가 한 밤중에 친구를 만나 신나게 노는 장면까지로의 연출을 위해 밤 12시라는 시간을 선택하게 된 것 같은데 이 시간을 오후 8시로 했다면 어땠을까.

뭐 이런 것까지 꼭 현실성이 있어야하나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오후 8시의 설정이었다면 동일하게 어두워진 하늘, 화려한 불빛은 연출하면서 티켓팅에 목매는, 진짜 피켓팅에 참전해 본 사람에게까지 '기획자도 티켓팅 좀 해봤구나' 라며 또 하나의 공감포인트를 얻지 않았을까.  

어떤 것이던지 누군가의 '공감'을 얻는다는 것만큼 어려운 기획은 없다. 현대자동차 '올 뉴 아반떼'의 '제2의 청춘카'편은 잘 만들어졌다 평가받고 있는 만큼 갑자기 발견한 옥의 티에 아쉬움이 남아 포스팅을 해 보았다.